애인의 애인에게.
(소설 내용의 최소한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애 소설이 낯선 내게 처음 듣는 소설의 제목과 처음 듣는 작가였다.
갑자기 어느 여름, 퇴사한 직후라 그런지 메말랐던 감정을 적시고 싶었던지 연애 소설을 보고 싶어 내 손에 잡힌 소설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 시점으로 등장하는 여자는 총 세 명이다.
가장 잘 읽히지 않았던 도입 부분에 등장하는 정인이라는 여자,
그리고 긴 서사의 중심을 차지하는 마리,
마지막으로 새로운 연애의 전조를 느끼는 수영이다.
우선 나는 책을 힐링의 목적으로 읽어서, 크게 집중을 하고 읽지 않는터라 세세한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는 낮을 수 있는 점을 미리 전달한다. 더군다나 처음 도입 부분엔 소설이 잘 읽히지 않아, 앞부분만 거의 2주일 넘게 붙잡고 읽었던 것 같다.
연애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이 가진 신선한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다.
왜, 수많은 연애 서사를 가진 영화들이 남성의 입장에서 그려졌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딱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내가 그런 소설과 영화만 접한 편협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거나
두 번째, 여자들 입장에서 보여주는 연인의 상대는 대개 '못된 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쁜 놈'은 대개 여자를 각성시키는 장치로서 역할을 하는 '조연'이지 '주연'인 것을 보지 못했다.
+ 그와는 반대로 남자들의 '향수'로서 존재하는 기억의 짝사랑은 대개 '못됐'다.
못됐다는 정의는 주인공을 좋아하지 않았거나, 바람이나 배신을 맞혔거나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자이지만 남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에 더 매력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백영옥이 4년만에 나타나 그린 장편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은 못된 정도가 아니라 나쁜 남자인 듯하다.
그런 점이 인상적이었다. 뉴욕이라는 낯설고 외로운, 풍요롭지만 공허한 공기는 '성주'와 '마리'의 연애를 더욱더 극대화했다. 그것이 좋은 점에서든지 나쁜 점에서든지 말이다.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이들처럼 몇 년을 살아보지 못했으나 감성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배경 묘사에 나는 거의 뉴욕에서 생활을 하고 온 느낌이다.
(뉴욕 코리아타운에 있는 설렁탕집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입에 대지도 않는 한국인들이 주기적으로 고향의 맛과 속이 따듯해지는 맛을 찾으러 온다는 얘기였다. 뉴욕이 외지인에게 얼마나 냉랭한 공기를 피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 듯 했다.)
소설 중반에 들어서는 서사에 깊이 빠져들었고, 소설이 끝나갈 즈음에는 마리의 경험이 내 경험이듯이 아릿한 향수에 빠져들었다.
여운을 남기는 연애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장편 소설이다.
+ 왠지 여자 주인공들의 성격을 MBTI로 분석하자면 모두 INFP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우울질을 띈 성향이 MBTI 찐순이가 된 내게 INFP를 떠올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