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면접에서 한 대표님을 만났다.
시리즈 A까지 투자를 받은 고공승진하는 회사였지만, 내부 사정은 따로 있었고, 이는 대표의 마음의 불씨를 사그러들게 했다.
살이 빠졌고 정신과를 다니신다고 했다.
지쳐가는 몸과 정신을 깨우고자 비전보드를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며 나에게 아이패드의 배경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와 글을 보여주셨다.
와이프와 함께 스위스로 여행을 가는 것,
충분한 업무 환경이 제공된 사옥,
고공승진하는 사업 주요 그래프 등이 있었다.
목표를 설정했고, 가장 낙관적인 결과를 그려 넣었었다.
내가 찾아갔던 성장하는 스타트업들 중에 꽤나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한 곳이었는데,
이성의 논리로만 가득 차 있는 대표들의 이야기만 들어왔다가, 허무맹랑성을 가진 비전보드는 내게 꽤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나도 집에 돌아와 비전보드를 만들게 되었고, 지금도 하나씩 계속 추가해나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드림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1. 엄마가 살고 잇는 고향 근처에 소소하게 일할 수 있을 만한 카페 차려주기.
카페일은 힘드니까 알바생 고용할 비용도 고려해서.
2. 회사는 취미로 다니기.
3. 샐러드를 좋아하는 복근녀 되기.
4. 영어 자유롭게 구사하기.
5. 벤츠 SLK 클래스 33살 전에 갖기
6. 브루클린에서 스튜디오 렌탈해서 한 달을 살아도 걱정이 안되는 재산 갖기.
7. 쿨한 아웃핏을 입는 여성 되기.
8. 평생 은퇴해도 될 수준의 재산을 40대에 갖기. (실제 비전보드에는 한남동에 사옥 갖기라 써있지만.. 일은 결국 일이라고 생각한다.)
9. 내 돈으로 친구, 부모님, 친척, 캠핑 같이 가기.
10. 남들 일할 때 나는 남자친구랑 허영만의 백반기행 루트로 2-3주간 국내 여행하기.
몇 개는 바로 실천이 가능한 것들이고, 몇 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들인데.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요즘과 같은 지식 정보 세대에서 내가 보았을 땐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비전이 있는데도, 이루려고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금의 삶도 나름대로 그럭저럭 그냥저냥 쏘쏘 살만했으니까.
근데 중요한 것은 뭐냐면.
삶의 자유도에 있어서의 '나의 능력'이 '그럭저럭' '그냥저냥' 살만한 레벨에 머물러 있으면
진짜 힘들고 필요할 때, 절박할 때, 좋은 운명의 흐름이 바뀔 때에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걸 문득 문득 느꼈다.
비전보드를 다시 한 번 복기하면서, 내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려고 하는 이유를 적어보게 되었다.
남은 시간엔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하고, 회사에 가서 출근 전 스마트 스토어 세팅에 관련된 영상을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