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지적 구두쇠.
인지적 구두쇠란, 생각하는 것에 인색하게 구는 사람을 말한다. 즉 생각하는 걸 귀찮아하고, 멍때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바로 나같은 사람이 그러한 부류의 사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하면서 생각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라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어렸을 때 난 상상력의 대가였다. 어렸을 적 명절날 즈음 세네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시골로 내려갈 때면, 나는 마음 속에 존재하는 어떤 ‘존재’와 항상 신랄한 대화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고 자폐적이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마음 속은 깜깜했고, 탁자 위에 놓여진 작은 램프, 그리고 그 옆에 침대가 있었다. 그 침대에는 어떤 귀여운 생명체가 앉아서 나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잘은 생각나지 않지만, 정말 시시껄렁한 대화부터 심도 깊은 대화까지 나누었다. 까칠하면서 똑똑했던 그 존재는 나와 작별인사를 마지막으로 -정말 그 존재는 이제 사라질 시간이라며 나와 작별인사까지 나누었다. - 사라졌다. 나의 상상력이 점점 한계에 다다른 것도 그때였던 것 같다. 나중에 인터넷 서핑 중에 이러한 경험을 자폐적인 경험 중 하나로 설명하는 글을 보았다. 어쨋든 그 존재는 겨우 내 상상력으로 나온 존재였음에도 이름도 있었고, 정말 나의 자아보다 뛰어난 존재처럼 느껴졌고 나 또한 그를 친구이자 조언자로 대했다. 내가 처해진 상황에 대해 투덜거리면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줬고, 진지한 얘기를 할 때면 진정성 있는 조언을 해줬다. 그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차 안에서나 그 외의 상황에서도 언제나 내 사고력(?)을 증진시켰다.
그의 존재와 함께 상상력 또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전개이긴 하지만 스물 다섯이 된 지금의 나는 완전히 현실과 지금 당장 일어난 현실에만 존재하는, 상상력이란 개미 똥구멍에 맡긴 그런 시시한 사람이 되었다. 자기 비하적 발언이긴 하지만 사실인걸. 사실 이런 글쓰기를 통해 내 상상력을 부흥시키고 생각의 힘을 강화시키려는 꾀를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힘. 세상의 모든 원대한 인간의 계획은 기본적으로 이런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나도 원대함 정도는 아니어도 나를 변화시킬 힘이 필요하니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호흡이 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된다고 난 믿는다. 글쓰기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적어도 오늘만 살 것처럼 오늘 계획도 못지키고 후회 가득한 잠을 청하진 않아도 되겠지! 이런 소박한 생각을 가져본다.
그래서, 오늘의 인지적 구두쇠의 한 줄 요약은. 아니 도대체 작가란 사람들은 어떻게 한 주제를 가지고 몇 장의 글을 쓰는 걸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