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불안함, 기시감, 외로움, 고독함, 무력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서른 두 살이 느끼는 날 것의 감정이다.
부모님의 자산을 빌려 살고 있는 18평의 전세 오피스텔에서
나는 오늘 묘하고 사무치는 고독감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알량하게 모은 잉여 자산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살이 깎여나가는 고통을 느꼈다.
대충 보면 희극, 자세히 보면 비극.
어떻게 보면 희극, 어떻게 보면 비극.
어떻게 보면 능력있는, 어떻게 보면 능력없는.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수혜자,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실패자.
애매한 나의 인생 성적표.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단어들이었다.
진짜 냉정하게 보면,
나의 조건을 타고난 사람 중에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혹은 우울증을 앓을 수도 있겠다.
혹은 허겁지겁, 회사 이력서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내는 이도 있겠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는 내 삶의 현재 상태를 어떻게 관조하겠는가?
나는 내 삶을 그렇게 정의하겠다.
공산품, 그리고 깡통이 될 뻔한 평범한 개인의 30대 초반 여자가
어떤 보석이 될지 모르는 원석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800km의 산티아고 길을 40일 동안 걸은 나의 선택과 비슷하다.
어떤 영광을 얻자고 난 그 더운 땡볕을 걸었을까.
이 길이 내게 준 건 '변화할 수 있다는 힘'이었다.
정말 놀랍게도, 800km를 걷는 행위는 자본주의, 그리고 냉혹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이었으나,
이 길을 걷는 것을 통해 나는 2년 동안 편입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을 얻었고, 내게는 인생에 있어 첫 도전의 성공을 안겨주었다.
현실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이 무자비하게 '걷기만 한 행위'가 내게 변화를 안겨주었었다.
내게 사회에서 의미 있는 생산력을 만들고 있다는 신분과 성적표를 제공했던 '회사원' 타이틀,
그리고 내 목숨줄을 연명해준 '월급'을
포기한 것은
정말 많은 의미를 내게 주고 있다.
나는 신분을 잃었다.
지위를 잃었다.
사회에서 나를 히키코모리로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은 상태이다.
'안전빵'으로 내 사회적 지위를 제공해준 것들을
자의적으로 끊은 지금의 나의 의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균열들을 하루하루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내 스스로 합리화해온 무능력의 비참함을
벗어나고 있는 단계이며
지켜보고 있으며
깨닫고 있으며
새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도전이
미래의 다시 태어난 성공을 가져다줄 용기있는 시간이 될지
시간과 돈만 탕진한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다.
는 뻥이다.
ㅋ
이 시간은 무조건 내게 득이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무능력한 직원이 되느니
돈 없지만 도전하는 프리랜서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덜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면 후자가 모두 낫다고 동의할 것이다.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은 명확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 자신만으로도 개런티가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딜 가도 능력 있는 직원?
대기업 직원?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
다 틀렸다. 나는
경제적으로 독립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엠제이 드마코처럼 경제적으로 빨리 은퇴하고 싶다.
평일을 주말처럼 쓸 것이고
자식의 뒷바라지를 위한 돈을 벌지 않을 것이다.
오늘따라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무능력감이 크게 느껴지고
일에 대한 열정보단 지금의 비참함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느껴지는 듯 하다.
2월 19일, 퇴사한 날과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는 걸까?
많이 달라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제자리일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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