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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야 변한다

바뀌어야 변한다 6/6 88일차.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요즘은 잠에서 깨어난 직후의 생각들을 스스로 곰곰히 씹어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나는 반복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오늘 꿨던 엄마에 관련한 꿈도 내가 자주 반복해서 꾸는 꿈 중 하나이다.

 

꿈에서 엄마는 일을 그만두고 은퇴한 후 일이 없어진 뒤,

작아진 어깨와 노쇠한 몸으로 두려운 표정으로 티비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엄마의 표정을 깨기 위해 엄마에게 자꾸 행복한 말을 걸었다.

그래도 엄마의 굳은, 공포스러운 표정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고 내 마음은 슬픔이 가득했다. 

 

이 잠에서 깨어나 든 생각의 흐름이 스스로 좀 재밌어서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우리 엄마는 정말 불쌍하다..30년도 넘게 일해서 우리를 키우시고, 이제는 젊음은 자리가 없는 빈 육체만 남아 여생을 보내야 하네. 우리 엄마는 정말 안됐어. 나는 너무 슬퍼."

"내가 슬픈 건 뭐가 슬픈거지..? 뭐냐면, 나는 엄마가 늙어가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게 슬퍼.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게 슬퍼."

"근데.. 사실 나도 죽는데? 나도 저런 순간을 맞이하겠구나."

"우리 엄마는 그래도 자식을 많이 낳아서, 사랑을 많이 받으시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시네..따뜻한 인생 말미의 시간이다.."

 

"나는?"

"나도 저 나이쯤 되면, 이렇게 가족들이 나에게 있게 될까?"

"저 나이에 나는 나의 늙어감을 보듬어주고 가엾게 여겨줄 사람이 있을까?"

 

사람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과 충만감은

사실 돈과 같은 물질이 주는 행복감과는 또다른

엄청나게 거대한 부분이다. 

나는 그것을 안다.

 

우리 부모님을 가엾게 여기는 나를 다시 돌아서 생각을 해보니, 

우리 부모님처럼 또 이렇게 행복한 여생은 없는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자식 세 명을 갖고 계시지 않은가.

도박도 하지 않고, 우울증도 걸리지 않고, 자기네들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세 명인 것이다.

 

물론 또 그렇게 특출난 것은 없지만

무엇보다 정말 잘 지내고 건강한 세 명이나 되는 자식들이다.

 

걱정해야 할 건 나인 것 같다.

이렇게 자식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뭔가 일궈놓은 것도 없고

돈도 없고 부모님처럼 일찍 결혼하지도 않았다. ;;

 

나의 여생과 나의 노년은 어떨까. 

나는 왜 그걸 이제야 걱정하고 있는 걸까.

회사라는 거대한 펜듈럼의 진동에 몸살을 앓고 누웠다가 

이제서야 드디어 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이게 나의 템포인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여물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인 부의 추월차선을 쓴 엠제이 드마코는

서른 세 살에 백만장자가 된 청년이다.

 

그렇다.

새파랗게 젊다.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의 나이인 사람이

돈의 중요성에 대해 쓴 글이다.

 

겨우 그 뿐이다.

그래, 노화와 질병과 시간의 흐름 앞에서 어쩌면 돈도

더 넓은 흐름을 볼 때 겨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읽고 있는 책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좀 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