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가 투자자와의 미팅을 4시간 전에 파토냈다.
두 달 동안, 뷰티 플랫폼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눈 동업자가 잠재적 외부 투자자와의 미팅을 깼다.
첫 외부 인사와의 미팅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우리에게 멘토링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자리였다.
그런 중요한 미팅을 깨버렸다. 5년 동안 관계를 쌓아왔고, 2달 간 사업 구상을 함께 해왔던 사람이었다.
결국 고심 끝에 동업을 그만하자고 얘기를 꺼냈다. 상대는 별도의 말 없이 빠르게 수긍했다. 나는 이 일로 멘탈이 나가버렸다. 정확히 6일째 된 날.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 집청소를 하면서 다시 멘탈이 잡혔다. 생각보다 꽤나 의지를 했었나보다. 진짜 정확히 멘탈이 나간게 뭔지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지켜온 루틴과 의식, 생활패턴, 식습관, 감정조절이 모두 깨져버렸다. 정말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렇게 회고의 글을 쓰게 된 것도 6일만인 것이다.
이번 파토 건으로 정말 여러가지를 느꼈기에, 한 번 나 스스로를 위해 나열해보고자 한다.
하나, 아무리 오래 본 사이어도, 동업하기전엔 모른다. 까봐야 안다.
아예 시그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있었다. 그치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스스로 상대의 안좋은 점은 최대한 감췄고, 좋은 점은 크게 부풀렸다. 그게 나의 성향이다. 인간적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현실' 앞에서는 정말 쓸모없다.
둘, '실패'라는 인생의 '루틴'에 나는 너무나도 면역이 약하다.
솔직히 동업이 어디 쉽나? 안정적으로, 오래, 만족스럽게 동업할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천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피 한 방울 안섞인 동업은 더더욱 쉽지 않다. 예측하기 어려웠던 일은 맞다. 내 지인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당일날 파토낼 거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물론 믿었던 상대가 커다란 실수를 했다면 그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 맞다. 멘탈이 나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믿고 있었던건 나의 자만이었다고 회고한다
셋, 난 만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잠깐 잃어버렸던 객관성의 눈을 다시 찾고 있는 중이다. ㅎ 회사를 다니면서 이 험악한 세상에서 좀 나이브한 마인드를 가졌던 것 같다. 현실은 진짜 요지경이다. 믿을 놈을 찾기도 참 쉽지 않다. 근데 그런 세상을 탓할게 아니다. 세상은 원래 그랬다. 내가 나이브했던 거지.
근데, 좀 좋다. 이런 날것의 감정. 날것의 상황들.
스트레스이지만 동시에 도파민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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