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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런저런 이슈 & 공감들

[Best 감성 영화 추천] Call Me By Your Name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우리 모두의 첫사랑을 얘기하다.

 

 

 

 

 

세상에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있다. 

소녀시대 태연은 한 라이브 방송에서 나는 왜 로맨스 영화를 보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 사랑 얘기는 궁금하지 않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경험들을 끄집어 내기 위해 사랑 영화를 본다.

영화관에서 본 '건축학개론'이 그러했고, '클래식'이 그러했다.

그렇다고 내가 주인공들과 비슷한 사연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주인공 입장이 되어 서사에 흠뻑 빠져들면, 스무살 아무것도 몰랐을 때 느낀 이성에 대한 수많은 감정들이 다시 회상된다. 흔히들 '향수'라고 부르는 감정이다.

 

 

'Call Me By Your Name'(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나에게 그런 영화이다. 줄여서 콜바넴이라 부른다.

 

 

 

 

 

Call Me By Your Name 영화 포스터. 2017.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도시, 햇빛이 따가운 여름날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이다.

 

쨍한 포스터의 파란 색감은 올리버와 엘리오의 한 여름날의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올리버는 교수인 엘리오의 아버지의 별장으로 잠시 머무르는 보조 연구원이다. 

 

 

따로 설명은 안나오지만, 엘리오의 집안은 교육적으로 수준 높은 집안이다.

아버지는 고고학자 교수이고, 어머니는 독일어로 된 책을 아들에게 읽어줄 정도이다. 

영화를 보면 알지만, 평면적인 부모님의 모습이 아니라 상당히 개방적이고 열려 있는 태도로 엘리오를 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엘리오 가족과 올리버가 야외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드라마 성격의 영화답게, 이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흘러가는 잔잔한 이야기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 식탁씬을 보거나 혹은 등장인물들이 문득 문득 던지는 대사를 보면 이탈리아인들이 (혹은 유럽인들이) 미국인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교양이나 사람과 사람과의 교감, 교류를 중요시 하는 것은 이탈리안이고, 

미국인은 실용주의적인, 개인주의적인 다소 거친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특히 올리버는 그러한 미국인의 모습이 더 많이 강조되고 부각된 인물이다.

 

 

올리버가 온 첫 날과 이틀날, 엘리오가 보인 반응은 호기심과 낯섬에 대한 받아들이는 과정에 가까웠다.

 

 

 

 

 

 

 

 

함께 처음으로 가까운 시내로 나가게 된 둘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지만,

그 대화는 어딘지 모르게 살짝씩 삐걱거린다.

 

'Later.'

(그럼 다음에.)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상대방이 끝을 맺어버리면 당황하게 된다.

올리버는 유독 그런 경향이 심한 인물이다.

참 '실용주의'적이다.

 

어쩐지 대화의 속도를 맞춰가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끝내고 가는 올리버에게 엘리오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자기 마음을 깨닫는 여러 포인트들이 있지만,

가장 서로가 '타인'일 때 느꼈던 장면은 배구하고 잠깐 쉬는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멀리서 다른 자신의 동네 친구들과 함께 배구를 즐기고 엘리오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하는 이 장면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타인'으로서 그가 엘리오에게 얼마나 특별하고 낯선 사람인지 알게 하는 장면이었고,

올리버에겐 '타인'들의 틈에 섞여 자신의 감정의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었다. 

 

 

한 장면 안에 잡힌 올리버와 엘리오. 엘리오가 빤히 쳐다보았던 올리버의 유대인 목걸이가 보인다. 

정확히 어떤 의미의 목걸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장치라고 느껴졌다.

 

 

 

 

 

 

 

영화를 처음 볼 땐 눈치 채지 못했다.

올리버가 볼 일이 있어 엘리오에게 함께 시내로 나가자고 한다. 둘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떠난다.

인쇄소와 가게를 들리는 올리버를 엘리오가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

올리버가 떠난 그 잠깐의 시간동안 피아노 음이 흐른다.

그리고 올리버가 돌아오면 음악은 멈춘다.

 

감독은 음악을 통해 '올리버'에 대한 엘리오의 그리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올리버가 사라진 정말 짧은 순간들 동안 엘리오는 그리움을 느낀다.

누군가를 강렬하게 마음에 두었던 사람들이라면, 잠깐 그 사람이 나와 떨어져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엘리오를 통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많이 회자되는, 명대사와 명장면은 이 후에 바로 나오는 장면이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명장면은 '올리버'를 기다리는 '엘리오'이다.

 

 

 

 

 

이탈리아의 숲과 나무, 파란 하늘은 엘리오와 올리버와 닮았다.

10대와 20대의 날 것 있는 그대로의 감정 같다.

뜨거운 여름의 축축하고 느린 속성까지.